[미국대학입시] IB는 점수가 아니라 서사다: 맥락·증거·설계로 합격을 만든다
- Eric Kim 
- 2일 전
- 3분 분량

“IB 43점이면 끝 아닌가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가정에서 자주 들리는 질문이다. 그러나 최근 합격자들의 원서를 면밀히 보면, 점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상위권 구간에서는 점수가 대개 상수가 되고, 당락은 설계와 증거, 곧 ‘왜 그 과목을 선택했고 그 배움을 어떻게 확장했는가’를 입학사정관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서 갈린다. 성적표는 출발점일 뿐, 합격을 만드는 것은 맥락화된 학업 서사다.
점수 집착의 함정
IB는 성적표만으로 평가받는 제도가 아니다. HL/SL의 배치가 전공 적합도를 어떻게 신호하는지, IA·EE·TOK가 서로를 참조하며 하나의 학문 서사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그 과정이 누적된 기록으로 얼마나 증명되는지—대학은 이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읽는다. 같은 40점대라도 HL이 무엇이었는지, IA의 연구 질문이 얼마나 타당했는지, EE에서 어떤 자료 경쟁력을 확보했는지, TOK에서 어떤 지식 프레임으로 사유했는지에 따라 지원자의 윤곽은 완전히 달라진다. 요지는 간단하다. 점수→합격이 아니라 설계→증거→설득이다.
HL/SL은 전공 적합도의 언어다
HL은 깊이의 신호이고 SL은 폭의 신호다. 대학은 “많이” 들었는지보다 “맞게” 들었는지를 본다. 공학·컴퓨터사이언스라면 Math AA HL과 Physics HL이 뼈대가 되고(여기에 CS SL/HL이나 Chemistry SL로 결을 더한다), 이과의 계산 역량을 실제로 다뤘다는 증거—수치해석·시뮬레이션 프로젝트, 해커톤·오픈소스 기여—가 뒤따라야 설득력이 생긴다. 반대로 Math AI HL에 과학 HL이 비어 있는 조합은 공학/CS 적합도 신호가 약하다.

경영·경제·데이터 트랙은 Math AI HL 또는 AA HL + Economics HL이 중심을 이루고, 데이터 사례 분석(Excel/SQL 기반), 학교 펀드·컨설팅 활동이 정량 역량을 보강한다. 정량 HL 없이 언어·사회 HL만 몰아 쌓인 이력은 상위권 비즈니스 스쿨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인문·사회과학은 History HL / Global Politics HL / Language A HL이 학문적 골격을 이루고, 사료 해석·필드 리서치·정책 브리프 같은 산출물이 깊이를 증명한다. 반대로 전공 서사 없이 Language B나 비교적 수월한 과목으로만 채운 조합은 깊이 신호가 약하다. 요컨대 HL/SL 배치는 “나는 무엇을, 어떤 이유로 깊게 배웠는가”라는 선언이며, 이 선언이 뒤에서 IA·EE·TOK로 ‘증거화’될 때 비로소 이야기로 완성된다.
IA·EE·TOK: 대학이 신뢰하는 ‘작은 연구’
입학사정관은 시험점수보다 작은 연구의 설계와 수행을 신뢰한다. IA는 좁고 깊어야 한다. 연구 질문을 명료하게 세우고, 방법과 데이터의 타당성을 설명한 뒤, 해석과 한계를 스스로 비판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가령 Math AA HL IA에서 지역 보건 데이터를 로지스틱 회귀로 분류해 본 다음, 표본 편향과 과적합 위험을 논하고 대안 모델을 비교하는 식의 전개는 “공식”을 넘어 “탐구”를 보여준다.
EE는 4,000자 논증으로 전공 관심을 근거 문서로 전환한다. Economics EE라면 동일 산업·지역의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최저임금 변화가 고용 탄력성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고, 내생성 문제를 인지하며 보완적 식별 전략을 제시하는 식이다. TOK는 모형·증거·언어의 한계를 메타 수준에서 성찰하여 IA·EE의 논증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모형이 현실을 어디까지 설명하는가?” 같은 질문으로 추정과 일반화의 조건을 해명하고, 자신이 사용한 방법론의 장단을 스스로 드러내는 태도는 인터뷰와 서플리먼트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IA·EE·TOK가 서로를 참조할 때, 한 학생의 학문 서사는 단단해진다.
Predicted는 ‘운’이 아니라 ‘과정의 증거’다
Predicted Grade는 교사의 직감이 아니라 신뢰의 누적치다. 초안–피드백–개선본의 타임라인, 실험노트·데이터셋·코드 스니펫, 결손을 메운 보충학습 기록, 수업 참여 로그 같은 증거 패키지가 탄탄할수록 예측치는 안정된다. 마감 2주 전 드래프트를 제출하고 “분산 분석 해석이 타당한지” 같은 구체 질문을 동봉하여 피드백을 요청한 뒤, 수정본과 변경표(무엇을 왜 바꿨는지)를 함께 제출하는 태도는 학업 역량 못지않게 성실한 과정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타임라인 역시 중요하다. G11 초반에 IA 주제와 EE 스코핑을 확정하고, G11 말–G12 초에 본격 진행, G12 봄에 개선 사이클을 2~3회 돌려 결과 시각화와 한계 정교화를 마친 뒤, 가을에는 추천서 참고용 브리핑 노트를 공유하는 흐름이 이상적이다. Predicted는 실력의 순간 스냅샷이 아니라 과정 증거의 신뢰도에 비례한다.
EC는 ‘과외활동’이 아니라 ‘현장 검증’이어야 한다
활동은 시간을 채우는 메뉴가 아니다. IA/EE의 질문을 현장으로 확장하는 장치다. 교수 랩의 RA, 지역기관 데이터 분석, 정책 제안 발표 등 실제 맥락에서 검증된 산출물은 Why Major/Why Us 에세이의 핵심 증거로 기능한다. 활동 기록 또한 성과 지표로 남겨야 한다. 보고서 링크, 깃허브 저장소, 포스터·컨퍼런스 발표 자료, 정책 답신 등은 “말”을 “증거”로 바꾼다. 대학은 “흥미가 있다”는 진술보다 “무엇을 했고, 어떤 임팩트를 냈는가”를 묻는다.
학부모가 던져야 할 새로운 질문

결국 IB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Predicted/최종 점수 그 자체가 아니라, 과목 설계(HL/SL)–연구 증거(IA/EE/TOK)–누적 기록이 엮인 이야기다. 점수만 재촉하는 질문 대신 이렇게 물어보자. “왜 그 HL을 선택했는가?”, “IA의 연구 질문은 얼마나 협소하고 검증 가능한가?”, “EE 자료는 반론에 견딜 만큼 경합력이 있는가?”, “TOK의 지식 질문은 실제 사례와 연결되는가?”, “이 모든 과정을 주기적으로 기록하고 있는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별 개설 과목, 학생의 성향, 목표 대학을 한 장의 ‘설계 지도’로 정리해 보면 빈칸이 선명해진다.
지도 위 빈칸이 보이는 순간, IA/EE 주제의 범위 조정, 증거 패키지의 정렬, 추천서 브리핑에서 강조할 포인트처럼 과정 중심의 점검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점검은 요란한 개입보다 조용하고 필요한 만큼의 조언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설계·증거·설득이라는 큰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학생의 고유한 목소리를 보존해 주기 때문이다.
IB는 점수로 시작해 증거로 끝난다. HL/SL은 방향을 세우고, IA·EE·TOK는 근거를 만들며, Predicted는 그 과정을 제3자가 인정한 지표다. 대학은 높은 점수의 학생보다 설계를 바탕으로 증거를 만든 학습자를 기억한다. 학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점수의 총합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왜 그 길을 택했고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를 묻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증명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면 점수는 설득의 일부가 되고, 서사가 합격의 전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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